이야기

이야기
비가 그친 지 두 세대. 이 땅에는 이름 하나와 두 갈래의 가르침만이 남았다.

산맥 너머의 두 국가

01

아주 먼 옛날, 이 땅에는 두 국가가 있었다. 높은 산맥과 거친 바다가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서, 어느 쪽도 저편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ESO 사람들은 안을 들여다보며 살았다. 별의 움직임을 헤아리고, 기도로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림자 속을 소리 없이 걸었다.

RUH 사람들은 밖을 향해 살았다. 쇠를 두드려 칼을 만들고, 창끝으로 짐승을 몰고, 맨주먹으로 바위를 깨뜨렸다.

그러던 어느 해, 땅이 크게 울었다. 산맥 한가운데가 무너져 내리며 길 하나가 열렸고, 두 국가의 사람들은 그 길 위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낯선 것은 두려웠고, 두려움은 곧 칼끝이 되었다. 그렇게 첫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름뿐인 연방

02

전쟁은 길었다. 아버지가 시작한 싸움을 아들이 이어받았고, 그 아들의 아들은 끝을 보지 못한 채 쓰러졌다.

어느 쪽도 이기지 못했다. 지칠 대로 지친 두 국가는 마침내 칼을 거두고 하나의 이름 아래 서기로 했다. 에소루 연방이었다.

그러나 하나가 된 것은 이름뿐이었다. 땅은 여전히 둘이었고, 법은 끝내 하나가 되지 못했다.

그래도 평화는 평화였다. 연방의 시대에 높은 탑과 단단한 성이 올라갔고, 연방의 인장을 새긴 검과 갑옷이 만들어졌다.

그 시대에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도 있었다. 두 길을 모두 끝까지 걸은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 사람들은 그곳에 선 이를 대종사라 불렀다.

대홍수

03

두 세대 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한 달이 지나자 강이 넘쳤고, 석 달이 지나자 들판이 사라졌다. 그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물은 성벽을 넘고, 탑 꼭대기를 삼키고, 마침내 산마루까지 차올랐다. 연방도, ESO도, RUH도 모두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름을 새긴 인장도, 법을 적은 두루마리도, 왕들의 무덤도.

비는 왜 그치지 않았을까. 기록이 모두 쓸려 간 지금, 그 까닭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날을 기억하는 노인들조차 말끝을 흐린다.

물이 빠진 뒤

04

비가 그치고, 물은 아주 천천히 빠져나갔다.

드러난 땅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국경도, 왕도, 법도. 사라진 연방의 이름만이 이 땅의 이름으로 남았다. 에소루.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섯 곳으로 모여들었다. 땅 한가운데의 가온, 북쪽 산마루의 마루, 물이 가장 먼저 빠진 남쪽 벌판의 벌, 해 지는 서쪽 끝의 노을, 해 뜨는 동쪽 끝의 새벽. 다섯 도시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아직은.

그 밖은 모두 비어 있다. 누군가 깃발을 꽂으면 그곳이 국가가 되고, 누군가 벽을 쌓으면 그곳이 마을이 된다. 다만 땅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국가를 세우는 데도, 마을을 짓는 데도 큰돈이 든다.

세운 것은 빼앗길 수도 있다. 요새가 무너지면 국고의 절반이 넘어가고, 국민이 나라의 앞날을 표로 정한다 — 해체하거나, 이긴 쪽의 속국으로 남는다.

물이 남기고 간 것도 있다. 연방 시대의 낡은 탑, 무너진 성, 물이 끝내 빠지지 않은 검은 늪. 그곳은 이제 사람이 아닌 것들의 집이 되었고, 용기 있는 이들은 그곳으로 사냥을 떠난다.

사람에게 남은 두 길

05

국가는 사라졌지만, 가르침은 사람에게 남았다.

ESO는 안으로 파고드는 길이다. 술법으로 보이지 않는 힘을 부리고, 신앙으로 상처를 아물게 하고, 은신으로 그림자가 된다.

RUH는 밖으로 부딪히는 길이다. 검과 창을 휘두르고, 주먹으로 부수고, 활로 먼 곳을 꿰뚫는다.

옛날에는 두 길을 따르는 이들이 서로를 죽였다. 이제는 아니다. 한 사람이 ESO를 배우고, 그다음 RUH를 배울 수 있다. 두 길은 원수가 아니라, 한 사람이 차례로 걷는 길이 되었다.

서른한 직업을 모두 마스터한 사람은 대종사로 전직할 수 있다. 연방이 물에 잠긴 뒤로, 그 자리에 오르는 사람은 드물다.

타고난 그릇 — 성장 한계치

06

사람은 저마다 다른 그릇을 안고 태어난다. 이 땅에서는 그것을 성장 한계치라 부른다. 성장 한계치는 캐릭터를 처음 만들 때 정해진다.

아무리 사냥을 거듭해도 그릇보다 크게 자랄 수는 없다. 힘이 300까지 오르는 사람이 있고, 200에서 멈추는 사람이 있다.

그릇을 넓히는 길은 둘이다. 더 큰 그릇을 지닌 이의 허가증으로 잇는 계승,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 그릇이 한참 작은 이와 이으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전직과 계승

07

한 직업을 마스터하고 전직하면, 새 직업의 1레벨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걷는다.

쌓은 능력치가 얼마나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절반은 남고, 거의 다 남기도 한다. 새 직업에 따라 더해지거나 빠지되, 한계치의 8할을 넘지는 못한다. 입던 장비는 그대로 가져간다.

직업은 서른둘. 그만큼의 길을 되풀이하며 사람은 조금씩 넓어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음 대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대종사에 이른 사람만 남이 내준 허가증으로 대를 이을 수 있고, 다음 대는 내 그릇과 허가증을 내준 이의 그릇을 평균한 새 그릇을 안고 태어난다. 상대의 그릇이 작으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전해지는 이야기다. 다음 장은 아직 비어 있고, 이 땅에 선 사람들이 써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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